세관선 이름지어주기 | 2011.01.1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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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청에 배치된 수습사무관이 아빠가 됐다. 아이 이름을 물어보니 ‘한승’이란다. ‘한 나라를 잇는다’ 라는 의미로 결혼 전부터 고민하며 지었다고 한다. 내 큰 아이 이름은 ‘태인(泰仁)’이다. 큰 아들 태어난 직후 당시 김천 직지사 조실스님으로 계시던 관음(觀音)스님으로부터 어질 인(仁) 자 한 자를 받아 돌림자인 태(泰) 자와 합쳐 큰 애 이름을 ‘태인’으로 지었다. 그 애가 벌써 군대제대하고 대학 졸업반이니, 세월이 참 빠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작명소가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우리네 사람들은 음양오행과 사주팔자를 보며 이름을 지었다. 이름은 영혼을 담는 그릇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 사람들이 자기 이름에 맞게 살아가는 것을 보면 이름은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나침반인 듯하다.

이름을 잘 붙이면 애정과 관심을 받게 된다. 캐나다 밴쿠버에 가면 ‘하얀바위(화이트 락White Rock)’라는 마을이 있다. 큰 바위를 흰 페인트로 칠한 것 밖에 없는 평범한 마을인데, 마을 이름의 어감이 좋다고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中


김춘수 시인의 시, “꽃”에서 표현되어 있듯, 이름을 불러야 대상은 살아 움직인다. 이름에는 의미와 가치, 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나는 FTA 원년, 2011년을 맞아 세관선에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다. 세관선에 혼(魂)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세관선은 바다에서 밀수를 차단하고 무역선 출입 관리를 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그동안 세관선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역할을 다 해왔다. 국경을 지켜준 세관선이 있었기에 경제 발전이 가능했다.

밀수가 성행하던 50년대 후반, 세관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눈물겨웠다. 특히 시속 18노트(33km/h)인 목선으로 시속 30노트(55km/h)의 밀수선, ‘특공대(도쿠다이 とくたい) 밀수단’을 잡은 이야기는 지금도 전설로 회자되고 있다.

세관선은 승선하는 직원과 운명을 함께하는, 사람과 같은 존재다. 그런데 우리는 30여 년 동안 세관선을 이름대신 번호로만 불러왔다.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번호로 불러온 것이다. 순시를 나가 세관선에 오를 때면 ‘부산313호’란 번호가 거리감이 느껴지곤 했다.

2011년을 여는 두 척의 세관선에 첫 세관지가 설치된 지명과 초대 관세청장의 이름을 따 ‘두모진호’와 ‘뮐렌도르프호’라고 했다. 이름에는 그동안 신경 써주지 못한 미안함과 관세청의 정신과 역사가 깃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름을 통해 사람들과 세관선이 더 가까워지기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나는 앞으로 세관선 뿐만 아니라 주요 시설에 의미 있는 이름을 붙일 계획이다. 세관선이 배치되는 지역의 유물, 조직에 헌신한 선배들의 이름이 의미 있을 것이다. 관세청과 관세청 선배들, 지역사회가 네트워크를 이뤄 함께 호흡하기 위해서다.

세관선의 역할은 점점 더 커져갈 것이다. 대한민국의 위상이 커질수록 국경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깨가 무거워지는 세관선의 앞날을 밝히는 마음으로 이름을 불러본다.
 

[관세청장 윤영선]


 

Posted by 관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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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08 12: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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